2026.08.30 08:51:34 게시
창호를 고를 때면 대부분의 고객님들은 유리에 집중을 하십니다. 로이인지, 복층인지, 등급이 몇인지. 열 손실이 가장 큰 부위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유리 이야기는 앞선 노트에서 했으니, 이번엔 아무도 안 물어보시는 쪽을 들여다보겠습니다. 그 유리를 붙잡고 있는 창틀입니다.
흰색 PVC 창틀을 잘라보면 뜻밖의 것이 나옵니다. 플라스틱 속에 아연도금 강재, 그러니까 철심이 프레임 둘레를 따라 들어가 있습니다. 넣는 이유는 열이 아니라 힘입니다. PVC는 온도 앞에선 강한데 힘 앞에선 무른 재료라, 수십 킬로그램짜리 유리의 무게와 태풍의 풍압을 혼자 버티지 못합니다. 철심은 창틀의 휨을 막고, 벽에 붙잡는 고정력을 높이고, 창짝의 하중을 받아내는 뼈대입니다.
PVC 창틀의 단면. 한샘 창호 단면 자료에 설명을 더해 만든 자료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철은 열을 잘 통과시키는 재료인데, 단열해야 할 창틀에 철을 넣어도 되나. 타당한 의심이고, 답은 방향에 있습니다. 철심은 실내와 실외를 잇는 다리가 아니라 창틀 길이를 따라 눕는 기둥입니다. 열이 철심을 타고 아무리 돌아다녀도, 바깥으로 나가려면 결국 PVC 벽과 공기층을 다시 건너야 합니다. 열이 지나는 길을 가로지르지 않으면 열교가 되지 않는다는, 열교 노트에서 본 그 원리입니다.
재료별 열전도율 비교. 공개된 재료 물성치를 바탕으로 직접 그린 자료입니다.
창틀 단면에서 더 눈에 띄는 건 빈 공간입니다. 속이 뻥 뚫린 것처럼 보여서, 여기에 단열재라도 채워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집니다.
그런데 단면을 자세히 보면 빈 공간이 하나가 아닙니다. 창틀과 창짝 내부는 수직과 수평으로 약 10~20개의 작은 방으로 나뉘어 있고, 이 다격실 구조가 외기의 냉기와 열기를 차단합니다. 원리는 복층유리의 공기층과 같습니다. 공기는 훌륭한 단열재지만 공간이 넓으면 그 안에서 대류가 돌며 열을 실어 나릅니다. 그래서 대류가 일어나지 못할 크기로 잘게 쪼개는 겁니다. 방이 많을수록 열이 건너야 할 정지된 공기층이 많아집니다. 비어 있는 게 아니라, 비워서 만든 단열재인 셈입니다.
단열재를 채우는 아이디어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프레임 내부에 단열재를 충진해 성능을 개선하는 연구가 국내에 있고, 유럽에는 챔버에 폼을 채운 고성능 프레임 제품도 있습니다. 다만 표준이 되지 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챔버 일부는 단열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합니다. 창틀에는 스며든 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배수 통로가 설계되어 있어서, 아무 데나 채우면 물길을 막습니다. 그리고 잘게 쪼개진 챔버는 이미 공기가 멈춰 있는 상태라, 폼을 채워 넣어도 단열이 좋아지는 폭이 몇 퍼센트 수준에 그칩니다. 쉽게 말해 들이는 돈만큼 좋아지지 않는, 비용 대비 효과가 안 나오는 개선이라 표준이 되지 못한 겁니다.
창틀을 벽에 고정하는 방식은 보통 칼블럭이라 부르는 앙카 직결과 브라켓 고정으로 갈립니다. 어느 쪽이 맞느냐 이전에, 두 부재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부터 봐야 합니다.
발코니 확장으로 이중창을 달면 창호의 면적과 무게가 상당해지는데, 이 하중이 걸치는 콘크리트 면은 100~130mm에 불과합니다. 칼블럭만으로 고정하면 이 수직 하중을 칼블럭의 전단력으로 버텨야 하는데, 칼블럭은 수평 방향 고정력에 맞춰진 부재이지 수직 하중을 오래 지탱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앙카는 창을 벽에 붙잡아두는 손이고, 하부 브라켓은 창의 무게를 받쳐주는 선반입니다. 장롱이 넘어지지 않게 벽에 끈으로 묶어두어도, 장롱의 무게는 끈이 아니라 바닥이 받칩니다. 칼블럭이 그 끈이고, 하부 브라켓이 그 바닥입니다.
열 관점에서는 브라켓의 재질이 갈림길입니다. 철재 브라켓은 열전도율이 높아 그 자체가 냉교가 되고, 겨울철 브라켓 주변 표면 온도가 이슬점 아래로 떨어지면 결로가 생깁니다. 그래서 열전도가 느린 복합소재 단열 브라켓을 쓰면 브라켓이 열교로 작용하지 않아 결로 확률이 크게 낮아집니다.
창틀을 걸고 나면 창틀과 벽 사이에 손가락이 들어갈 틈이 남습니다. 이 틈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창호 시공의 마지막 승부처입니다.
국내 아파트 및 다세대 주택 실내 인테리어의 흔한 방식은 우레탄폼을 쏘고 실리콘으로 덮는 것입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우레탄폼의 정체입니다. 폼은 단열재일 뿐, 공기와 습기를 막는 재료가 아닙니다. 실내의 습기는 폼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 수 있고, 스며든 습기가 차가운 바깥쪽에서 이슬로 맺히면 폼은 젖은 단열재가 됩니다. 겨울마다 창틀 테두리를 따라 곰팡이 라인이 생기는 집들의 상당수가 이 경로입니다. 곰팡이 노트에서 본 그 메커니즘이 창틀 둘레에서 일어나는 겁니다.
이 문제를 가장 깊이 판 나라가 독일입니다. 독일 창호 시공 표준은 이 틈을 벽체와 똑같은 3층 구조로 봅니다. 실내 쪽 면에는 기밀 방습 테이프를 붙여 공기와 습기가 폼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막고, 바깥쪽 면에는 투습 방수 테이프를 붙여 빗물은 막되 안에 있던 습기는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고, 그 사이를 폼이 단열재로 채웁니다. 원칙은 한 문장입니다. 안쪽은 바깥쪽보다 더 기밀하게. 습기는 안에서 못 들어오게 막고, 이미 들어온 습기는 밖으로만 나가게 문을 내는 겁니다.
독일식 3층 구조의 원리. 시공 원리를 직접 그린 자료입니다.
그런데 이 원형을 한국 아파트에 그대로 옮기면 한 군데서 걸립니다. 한국 아파트의 창호 외부는 실리콘 코킹이 빗물을 막는 표준 관행이고, 외벽 관리상 생략하기도 어렵습니다. 문제는 실리콘이 습기를 전혀 통과시키지 않는 재료라는 점입니다. 투습 테이프 위에 실리콘을 쏘면 습기가 나갈 문이 봉쇄되어, 비싼 테이프를 붙이고도 성능은 후퇴합니다. 둘은 겹쳐 쓰는 게 아니라 하나를 고르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한국 현실에 맞는 답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외부는 실리콘 코킹이 빗물 방어를 맡습니다. 대신 실내 쪽에 기밀 방습 테이프를 더합니다. 이러면 안쪽이 바깥쪽보다 기밀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고, 습기가 폼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막히니 젖은 폼과 곰팡이 라인의 경로가 끊어집니다. 시공은 부위에 따라 두 갈래로 갈립니다. 발코니 확장부처럼 창 둘레에 단열재와 석고보드 마감이 들어가는 구간은 부직포 표면의 폭넓은 테이프를 붙이고 마감 뒤로 숨깁니다. 기밀층은 벽 속에서 일하고, 도배는 석고보드 위에서 평소대로 하면 됩니다.
실내에 테이프를 붙이면 도배 마감은 어떻게 하나요?
부위에 따라 다릅니다. 확장부처럼 단열재와 석고보드 마감이 들어가는 곳은 테이프가 마감 뒤로 숨기 때문에 도배와 만날 일이 없습니다. 도배가 벽면에 바로 닿는 곳은 두께 1mm가 안 되는 평면형 테이프를 쓰는데, 퍼티로 단차가 잡히고 도배가 덮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접착면의 분진을 닦아내는 것과, 벽면 상태에 따라 프라이머를 쓰는 것만 챙기면 됩니다.
외부에 테이프와 실리콘을 같이 하면 더 좋지 않나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외부용 테이프의 역할은 안에 있던 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인데, 그 위를 실리콘으로 덮으면 배출구가 막힙니다. 실리콘 표면에는 테이프 접착도 잘 되지 않습니다. 외부는 실리콘이든 테이프든 하나가 방수를 맡으면 됩니다.
창틀 둘레의 기밀 테이프 시공은 원하시는 고객님께 선택 옵션으로 제안드립니다. 자재비와 붙이는 손이 더 들어가는 만큼 기본 공사보다 금액이 붙는 작업이라, 필요와 예산에 맞게 고르실 수 있도록 견적 단계에서 따로 안내드립니다. 시공은 부위로 나눠 접근합니다. 단열재와 석고보드 마감이 덮히는 확장부에는 부직포 표면의 프로클리마 콘테가 SL을, 도배가 바로 닿는 부위에는 도배 마감이 확인된 3M 8067 테이프를 씁니다. 같은 기밀층이라도 그 위에 올라가는 마감이 다르면 자재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원리를 다루며, 실제 적용은 현장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