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8 21:00:48 게시
인테리어 견적서나 창호 카탈로그를 보다 보면 로이유리라는 말을 만나게 됩니다. 좋은 유리라고, 은 코팅을 입힌 유리라고는 하는데, 뭐가 어떻게 좋다는 건지 설명해주는 곳은 드뭅니다.
로이(Low-E)는 저방사, Low Emissivity의 줄임말입니다. 유리 표면에 은을 주재료로 한 금속막을 입힌 유리인데, 이 막의 두께가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분의 일이라 눈으로는 일반 유리와 구분되지 않습니다. 이 얇은 은막의 재주는 파장을 가려서 반사한다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빛은 통과시키고, 난방열이 실린 적외선만 골라 거울처럼 실내로 되돌려보냅니다. 한 문장으로 하면, 빛은 들이고 열은 돌려보내는 반투명 거울입니다.
로이유리가 계절별로 열을 다루는 방식.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직접 제작한 설명 자료입니다.
효과는 뚜렷합니다. 같은 복층유리에 이 코팅 한 겹을 더했을 뿐인데, 유리의 단열 성능을 나타내는 열관류율이 42퍼센트 좋아집니다. 유리 사이에 아르곤 가스를 채워 얻는 개선이 5퍼센트 남짓이니, 유리 단열의 본체는 사실상 이 코팅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보이지도 않는 막 하나가 어떻게 유리 성능의 절반 가까이를 좌우할까요. 답은 우리가 평소 의식하지 못하는 열의 세 번째 이동 방식에 있습니다.
겨울에 커다란 창 옆에 앉아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거실 온도는 22도인데 창 쪽 몸만 으슬으슬합니다. 흔히 찬바람이 샌다고 생각하지만, 기밀이 완벽한 새 창에서도 이 한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바람이 아니라 내 몸의 열이 차가운 유리를 향해 빛처럼 날아가고 있어서입니다.
열이 이동하는 길은 세 갈래입니다. 뜨거운 국에 담긴 숟가락 손잡이가 뜨거워지는 게 전도, 라디에이터 위 공기가 데워져 도는 게 대류입니다. 세 번째가 복사인데, 이건 타고 갈 물질이 필요 없습니다. 태양열은 아무것도 없는 우주를 건너 지구에 닿아 내 피부에 직접 열을 가합니다. 모닥불 앞에 서면 불을 향한 쪽은 뜨거운데 등 쪽까지 뜨겁진 않지 않습니까. 이것이 복사열입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햇빛이라는 복사열을 차단 시켜주는 것이라면, 그럼 굳이 북향에 로이유리를 설치 해야 하나? 그런데 겨울철 바닥 난방에서 올라오는 열도 복사열입니다. 보일러가 데운 바닥이 온기를 적외선으로 방 안에 내보내고, 그 열이 창을 만나면 유리를 건너 바깥으로 새어나갑니다. 로이유리가 잡아주는 것이 바로 이 온도입니다. 계산해보면 20도 실내가 5도로 식은 겨울 유리에 복사로 넘겨주는 열은 1제곱미터당 60와트 안팎으로, 정오의 태양 1,000와트에 비하면 17분의 1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창문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복층유리의 밀폐된 공기층은 전도와 대류열을 차단합니다. 하지만 복사는 공기가 필요 없으니 그 공기층을 그냥 통과해서 지나갑니다. 일반 복층유리의 유리 사이를 건너는 열의 64퍼센트가 복사입니다.
로이 코팅 유무에 따른 열관류율 변화. 직접 계산한 수치를 바탕으로 그린 자료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풀립니다. 로이코팅은 겨울철 우리 집의 열 손실을 막는 보호막이라는 게 결론입니다. 그러니 북향이라고 로이유리를 뺄 이유가 없습니다. 겨울 햇빛이라는 수입조차 없는 북향이야말로 이 보호막이 가장 필요한 창입니다. 그래서 로이유리는 여름에는 햇빛을 반사해 시원해서 좋고, 겨울에는 우리 집 온도가 빠져나가지 않게 해줘서 좋은 것입니다.
로이유리를 쓰면 방이 어두워지나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로이 코팅은 가시광선을 통과시키도록 설계되어 있고, 일반 유리보다 빛 투과율이 조금 낮아지긴 하지만 두 유리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야 알아챌 수 있는 정도입니다.
로이 코팅은 얼마나 오래가나요?
복층유리의 수명만큼 갑니다. 코팅면은 두 유리 사이 밀폐된 공간 안에 봉인되어 있어 손이 닿거나 긁힐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밀봉이 온전한 한 20년 이상 성능이 유지됩니다.
추가 비용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나요?
대부분의 집에서 그렇습니다. 초기 비용은 더 들지만, 로이 코팅은 창을 통한 에너지 손실을 최대 40퍼센트까지 줄여주기 때문에 난방비와 냉방비로 시간이 지나며 회수됩니다.
아르곤 가스는 시간이 지나면 빠지지 않나요?
맞습니다. 국내 실측 연구에 따르면 준공 2년이 지난 창호의 아르곤 충진율이 65퍼센트 아래로 내려가 있을 확률이 92퍼센트에 달했습니다. 밀봉된 유리 사이에 가스를 다시 채우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그때의 단열성능 저하는 복층유리 기준 2에서 4퍼센트 수준입니다. 아르곤의 기여 자체가 크지 않아서입니다. 새어 나가는 가스와 달리 로이 코팅은 새지 않으니, 유리 단열은 가스보다 코팅에 걸어두는 쪽이 오래갑니다.
자외선을 전부 막아주나요?
대부분을 막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통상 70에서 85퍼센트 수준의 자외선을 걸러내 바닥재와 가구 탈색의 주요 원인을 줄여줍니다. 다만 탈색에는 자외선 외에 가시광선과 열도 관여하기 때문에, 햇빛이 강한 창가라면 완전한 방지책은 아닙니다.
저희가 더블로이 창호를 주력으로 안내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리 사이에 채우는 아르곤 가스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새어 나가지만, 유리에 입힌 코팅은 새어 나갈 일이 없거든요. 성능을 가스가 아니라 코팅에 걸어두는 쪽이 오래갑니다. 이 차이는 정부 인증 등급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 사이트에서 창호 열관류율을 직접 조회해보면, 같은 한샘_LX창이라도 유리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등급이 갈립니다. 창이 두 겹인 이중창은 그중 한 창에만 더블로이를 넣어도, 혹은 두 창 모두에 일반 로이유리를 넣어도 1등급이 나옵니다. 반면 창이 한 겹인 단창은 더블로이나 맥스로이 같은 고성능 로이를 넣어도 3등급에 그치고, 로이가 없는 일반 유리라면 5등급까지 내려갑니다. 같은 로이유리라도 어떤 창에 어떻게 넣느냐가 열 효율 등급을 가르는 셈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원리를 다루며, 실제 적용은 현장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